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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고서방 스토리

고서방 스토리 2025 - 인간아, 인간아는 욕일까?

by Madame France 2025.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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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도 자주 해서 지겨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누구나 이 인간을 아는 건 아니니까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이 남자는 4개 국어를 아주 잘하는 수준임.
대학생때 이 재주로 호텔 프론트 알바 한 적도 있는데
물론 야간 쉬프트때 하도 쳐 자서 금방 짤렸음.

프랑스어는 당연히 여기서 나고 자랐으니 기본이고
엄마 아빠 이태리사람이라 이태리어도 잘하고
어렸을 때 수시로 미국 드나들어서 영어도 잘하고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스페인어도 잘함.

그렇지만 죽어도 안 느는 언어가 하나 있으니
그게 한국어임.
어떤 사람들은 대체 한국 여자랑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
한국어 실력이 고따위냐고 독설을 퍼붓기도 하지만
굳이 변명을 해보자면
솔직히 국제커플인데 외국인 남자가 한국어 유창한 경우는
두 가지임.
한국에 살거나
마누라가 한국말 밖에 못하거나...
이 두 가지 아니면 한계가 있음.
물론 열나게 공부해서 어느 경지에 오를 수도 있겠으나
내 남편은 공부하는 인간 아님.
위에 잘한다고 나열한 네가지 언어도 각잡고 공부해서 잘 한건 아님.
그냥 얻어 걸리고 자꾸 쓰고 하다가 장착한거.
그리고 대부분 라틴어 베이스라 비스무리한것도 있고.

고서방은 내가 자주 쓰는 한국어에만 특화되어 있음.
내가 자주 쓰는 한국어는 대부분 잘 알아듣고 본인도 써먹곤 하지만
아직도 그 뉘앙스와 진정한 의미를 찾지 못한 몇 가지 한국어들이 있음.
그것들은 주로 딱히 의미를 갖지 않는 추임새들임.

예를 들자면,
"내가 못 산다"
가 있음.
이 말은 이 남자가 참으로 내게서 많이 듣는 말임.

그 뜻을 자꾸만 물어서
굳이 번역을 하면
"아이 캔낫 리브"
라고 했는데 다 알잖아. 그 뜻은 아니란걸.. 그런데 또 딱히 그걸 의역해서 설명하기도 애매함.
그냥 언어는 딱 알아듣고 느껴야 하는 것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끼는 순간.
어쨌건 저렇게 설명했더니 진짜 눈 동그랗게 뜨고 기함함.
그런 말을 꼴랑 이런 작은 일에 쓰냐면서
다시는 그딴 험한 소리 하지 말라고 난리도 아님.
말했듯
이 안간의 야망은 이백 살까지 장수하는건데
욕심도 많아서 그 나이까지 나도 같이 살아주기를 염원하고 있음.
그런데 내가 못 산다니까 놀래 자빠지는거.

며칠전에 남자가 문고리 거꾸로 달아놨을 때임.

보자마자 내가 또 자주 쓰는 추임새가 저절로 나옴.

"아이고... 인간아... 인간아..."

남자는 이 추임새로 뭔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감지했음.
잘못한 주제에 또 궁금한건 따져야 하는 성격임.

"아니 그 자주 쓰는 인간아... 있잖아.
그거 인간이 human이잖아.
그러니까 너는 내가 뭘 잘못했을 때 마다 휴먼아, 휴먼아 아는거잖아?"

엄한데서 빵터짐.
이 이간이 밉상을 밥먹듯 떠는데
내가 실 없이 웃는 모먼트가 이럴 때임...
절대 아직도 콩깍지가 씌였고 이런거 아니니까 함부로 악담은 말길 바람.
그냥 뻘하게 터짐.
휴먼아 휴먼아...
배를 잡고 웃었음.
아니 왜 그걸 굳이 번역을 하니까 웃기지?

나는 웃겨서 넘어가는데 남자는 웃지 않음.
더욱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쏘아보면서

"인간이라는 말이 욕이기도 해?
내가 모르는 속뜻이 있어?
대체 휴먼아 휴먼아가 뭐야?"

"뭐긴 뭐야. 당신은 휴먼이고
나는 그런 휴먼인 당신을 휴먼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

그냥 설명해주기도 애매하고
설명해서 알아듣게 만들고 싶지도 않고
내가 애용하는 추임새가 또 막힐까봐 두려워져서 쓸데없이 매우 강하게 방어했음.

"이상한데...
분명히 뜻은 욕은 아닌데 네가 쓰는 그런 분위기는 욕 같단 말이지..."

그렇게 썩 명쾌하지 않게 
나의 추임새 휴먼아는 넘어갔지만...
앞으로 인간아 인간아는 좀 자제하게 생겨서 살짝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