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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고서방 스토리

(고서방 스토리 2025) 나 아니예요!!

by Madame France 2025.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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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유튜브 채널은 진짜 항상성이 끝내주는데 절대 구독자가 마구 늘지도 않고
그렇다고 줄지도 않고
뭐 하나 빵 터지는 동영상 따위 없음.
그래도 뭐 굳이 없앨 이유 없고
마치 나의 글을 좋아해 주는 독자들 처럼 우리만의 어떤 카르텔을 잘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함.
하지만 한번씩
이걸 과연 왜 하고 있지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긴함.
그럴때면 뭐 일주일이고 이주일이고 억지로 뭔가를 올리려 생각하지 않고 버려두기도 함.

그러다 보면 또 어느 순간 다시 열심히 해 보자
이런 생각이 드는데 고서방이 또 그런 쓸데없는 적극성을 띠는 시기가 도래했음.
오늘 아침에 몇 개의 잘 나가는 국제가족 채널을 또 셀렉해서 나에게 공유하고
우리도 이들처럼 열심히 해야 한다며 나에게 하는 말인지 본인에게 하는 말인지
계속 떠들어대더니 아침부터 뭔가를 블렌더에 갈고 분주함.
뭘 찍건간에 재미 없으면 과감히 나는 삭제할테다 이런 편집자의 마인드를 준비하고 있었음.

아침에 본 채널 중 한 가족의 모범적인 아버지가
매일 가족들을 위해 건강쥬스를 만들어서 대령하는 장면이 있었나 봄.

그는 그것을 벤치마켓팅 하겠다고 했고
나는 뭐가 되었건 니가 만든 건 마시지 않겠다고 미리 선포함.

그는 그럴 줄 알고 본인 것만 만들었으며
이 몸에 좋은 것을 먹고
본인은 이백 살 까지 살 거라는 아주 원대한 야망을 아침부터 표명했음.

장수가 꿈인 남자임.

뭔가를 갈아마신 남자와 나는 우체국을 가야 했음.
혼자 보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여전히 그를 믿을 수 없고
앞으로도 그를 믿을 일은 없으며
과거에 아주 드물게 혼자 우체국을 보냈을때 희한하게 그가 혼자 보낸 우편물들은 대부분 실종되었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동행.

차를 탔는데...

아니...
왜 김치 냄새가 나지?
나는 최근에 한국 마트를 간 적이 없고
갔다 왔다 해도 그 귀한 김치를 내가 트렁크에 방치했을리 없다...

그런데 분명 썩은 깍두기
혹은 쉬어터진 김치 냄새가 난다...

곧 알게 되었다.

말많은 남자가 입을 열었을 때.
그것은 그가 아침에 갈아 마신 정체불명의 쥬스

대체 들어간 재료가 뭐야?

-몸에 좋은 것들이야

그러니까 뭐냐고

-브로콜리, 당근, 대파(?), 마늘(???), 그리고 약간의 고추장(!!!!!)

그걸 누가 가르쳐줬어

-아무도... 그냥 내가 창작한건데? 다 몸에 좋은 것들이잖아.

그걸 마실 수 있었다는 것은..
이 인간은 기인열전 재질인 것이다...

희한하게 대충 김치 양념을 갈아 마셨다는 말.
그러니 김치 냄새가 나지...

차 안에서 코를 쥐고 있었음.
오늘따라 그는 말이 많음.

말하지 말고 가자.

-아, 미안

말 뿐...
그는 또 다시 할 말이 많음.

싸우면 더 냄새날까봐 인내함.

우체국 도착

프랑스 시골 우체국에는 대부분 직원은 하나요
줄은 길다고 보면 되는데
사실 대기시간은 줄 길이보다
내 앞의 고객의 질이 되겠음.

내 앞에 60대 이상이 있으면 대기시간은 무한정임.
특히 그 노인 고객의 업무가 은행 업무면(프랑스 우체국은 은행 업무도 같이 봄)
나의 대기시간은 더욱 무한대로 늘어남.
그리고 대부분 대기 의자 없음.
프랑스 살이 하려면 다리 건강이 제일 우선임.

우리 앞에 할배 하나 있었고
곧 이어 우리 뒤로 사람이 한 다섯 들어와 꼬리에 붙었음.

할배의 업무는 당연히 은행 업무고
할배는 가는 귀가 먹었고
직원은 초짜고
우리의 대기시간은 장담할 수 없고...

할배랑 직원이 드디어 예상한대로 싸우기 시작함.
남편은 취미가 수다임.
그는 못 참고 드디어 지루함을 견디다 못해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함.

나는 그의 입냄새가 무척 염려되고 거슬리는데
그는 이미 입냄새를 잊었음.
내 딸이 말 많은 것은 절대 미스테리가 아닌 것임.
나는 대꾸를 생략하며 남자를 계속 무시하면서 눈치를 줬음.
말 하지 말라고...
없던 눈치가 생겨나는 기적따위는 없는 법
그는 계속 떠들어 댐

두 걸음을 크게 떼어 그에게서 좀 멀어짐.
그런데 가만 보니 우리 뒤의 다섯 명 대기자들도 이미 큰 보폭으로 우리에게서 멀어진 상태임?
그런데 가만 살피니 그들의 쌍심지 켠 눈이 나를 향하고 있음??
그렇다....
그 심한 마늘 냄새의 근원지가 나라고 당연히 생각하는 것임.
이건 인종차별이 아니라 당연한 상식선.
마늘을 이렇게나 생으로 처먹는 인간들은 아시안이라고 대부분 생각하니까...

나는 심히 내향적인 인간이고
프랑스인들에게 웬만해선 먼저 말을 걸지 않는 소심한 이방인..
그런데 오늘 매우 이례적으로 나는 낯선 프렌치들에게 먼저 말을 걸었음.
아주 클리어 하게...

"나 아니예요!!
이 남자예요!!"

크게 팔을 휘저어 남자 쪽으로 손가락질도 해줌.

다들 많은 부분이 생략된 이 문장을 듣고 참을 수 없다는 듯 허리를 꺽으며 웃기 시작함.
좀 더 확실하게 부연 설명도 해줌

"이 남자가 이백살 까지 살라고 아침부터 생마늘 쥬스 갈아먹었어요!"

갑자기 다섯 중 둘은 박수를 치면서 눈물을 흘리며 웃고 있음.

남자의 입냄새가
나를 동네 코메디언으로 등극시킨 쾌거라고나 할까...
나는...
기뻐야 하나?